연필을 깎는다.


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아버지께서 직접 연필을 깎아 필통을 채워주셨던 기억이 있다.
그때는 자동연필 깎이 없는 내가 조금은 부끄러웠었나? ㅎㅎ
그러나 어느 사이엔가 직접 연필을 깎고 있는 나를 발견했고,
잘 깎았다고 아버지께 칭찬 받았던 기억이 난다.

그리고 시간이 흘러 샤프만을 쓰게 되었고...
연필 깎는 법을 잊어가고 있었다.
군대에서였나?
도저히 산만하고 무엇인가 계속 답답할 때,
연필과 커터를 들고 새 연필을 몽땅 연필이 될 때까지 깎은 적이 있다.
평소에도 좋아하는 일이지만,
아무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.

...

오늘 우연히 연필꽂이에 꽂아둔 새 연필이 보인다.
뜨거워져 공회전만 늘어난 머리통을 상상하며,
커터를 집어든다.
처음에는 삐뚤고 원하는 길이도 나오지 않는다.
깎고 흑심을 날리고 다시 깎는다.
새 커터날과 연질의 나무가 만들어내는 작은 마찰력이 느껴지고,
처음은 굵고 투박하게 점점 가늘고 베베 말린 연필의 조각들이 늘어간다.
이 단순한 과정의 반복에서 난 작은 집중을 느낀다.
요즘은 정말 많은 것을 그냥 흘려보내고 지내는게 맞는가보다.

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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